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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산> 한국의 100대 명산, 등산코스 안내, 산행 팁

by bosalnim 2026. 7. 7.

필자가 직접 촬영한 가리산 정상석

 

해발 1,051m, 강원도 홍천과 춘천 경계에 솟은 가리산(加里山)은 100대명산 중 '가나다순 첫 번째 산'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는 우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직접 올라보고 나서는 그 타이틀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해병대 출신이라 가리산전투비가 있다는 걸 알고 오른 산이었는데, 정상에서 그 비석 앞에 섰을 때는 숙연함이 먼저였습니다. 산이 주는 감동이 경치만이 아니라는 걸 이 산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 <가리산> - 이름에 담긴 비밀과 지리학적 가치

가리산(加里山)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해발 1,051m의 산입니다. 100대 명산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산이기도 하지만, 산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늘 최상위권에 놓여야 마땅한 산입니다. '강원도 제1의전망대'이자 '홍천 9경 중 제2경'으로 꼽히는 가리산의 '가리'라는 단어는 언뜻 들으면 한자어 같지만, 사실 아주 아름다운 순우리말입니다. 여기서 가리란 낟가리처럼 곡식이나 땔나무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더미를 뜻하는 말로, 정상 봉우리가 마치 산 위에 낟가리를 얹어놓은 것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모양에서 유래했습니다. 처음 이 어원을 찾아봤을 때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산 이름 하나에 지형의 특징을 이렇게 정확하게 담아낸 조상들의 감각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지형 구조도 특이합니다. 가리산은 백두대간의 오대산에서 갈라져 나온 한강기맥이 서쪽으로 흐르다 홍천 부근에서 북쪽으로 가지를 뻗으며 이룬 영춘지맥에서 가장 높이 솟구친 봉우리입니다. 북쪽으로는 소양호와 맞닿아 있고, 춘천, 홍천, 인제 세 군의 경계를 가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지도로만 보면 그냥 산 하나인데 실제로는 강원 내륙 수계와 행정 경계를 동시에 품고 있는 꽤 비중 있는 산입니다.

등산코스 안내 - 3개 암봉이 몰아치는 구간

가리산 등산로의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완벽한 코스는 가리산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시계 방향이든 반시계 방향이든 전체적인 난이도는 비슷하지만, 대다수의 등산객은 무쇠말재로 먼저 올라 거친 암릉을 마주한 뒤 가삽고개의 부드러운 육산 길로 부드럽게 하산하는 시계 방향 코스를 선호합니다. 거리는 약 8km, 소요 시간은 3~4시간입니다. 저 역시 이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정상 3봉우리 전까지는 완만한 능선이라는 말을 어디서 읽고 그냥 믿었는데, 합수곡 삼거리에서 무쇠말재까지 올라가는 구간이 생각보다 훨씬 가팔랐습니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오르막이라 숨이 꽤 가빴고, 흙길이라 돌이 없으니 발이 푹푹 빠지고, 그렇기에 경사가 체감상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기상관측소를 지나 합수곡까지 약 30분, 다시 무쇠말재까지 약 40여분. 중간에 연리목 한 쌍이 나타납니다. 연리목이란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란 나무 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으로, 소나무는 송진 때문에 다른 활엽수와 결합하면 활엽수가 말라 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서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세 번이나 엉켜 붙어 있으면서 모두 살아있습니다. 식물학적으로 꽤 드문 사례입니다.

  • 산행 코스: 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 강우레이더 하부 관측소 - 합수곡 갈림길 - 연리지(소나무, 참나무) - 무쇠말재 - 제2봉(큰바위얼굴) - 제3봉 - 제1봉(정상. 1,051m) - 가삽고개 - 합수곡 - 자연휴양림 주차장 (원점회귀)

필자가 직접 촬영한 가리산에서 바라보는 능선

 

가리산의 가장 독특한 점은 이 산이 '이중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무쇠말재까지는 돌 하나 없는 순한 육산이었다가, 2봉에 발을 올리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산이 됩니다. 험악한 암괴와 암릉이 3개 봉우리 전체를 덮고 있습니다. 암괴란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복잡하게 쌓인 지형을, 암릉이란 날카로운 바위가 능선처럼 이어진 구간을 뜻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니 발 디딜 곳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쇠사슬과 밧줄, 호치키스 계단(수직으로 박힌 쇠봉 계단)에 의존해 오르내려야 했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지금은 3개 봉우리 전 구간에 나무 데크계단이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훨씬 안전하지만, 발 디딜 너비가 워낙 좁은 구간이 많아 방심은 금물입니다. 등산로 입구 안내판에 사고 사례가 사진으로 붙어 있었는데, 직접 걷고 나서 왜 그런지 이해했습니다. 2봉 정상에서는 기사 레이더 관측소가 정면에 잡힙니다. 그리고 여기서 처음으로 시야가 확 열리면서 춘천 시내와 소양호가 동시에 들어옵니다. 저는 이 순간 호언의 팔봉산이 떠올랐습니다. 옷도 우연히 그날과 똑같이 입었고, 암릉을 타는 다이내믹한 감각도 비슷했습니다. 심지어 팔봉산도, 가리산도 둘 다 홍천에 있습니다. 홍천이 이런 암릉 산을 두 개나 품고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습니다. 하산은 가삽고개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육산으로 돌아옵니다. 계곡과 용소폭포(높이 약8m)를 만나고 나면 가리산 자연휴양림 입구로 자연스레 합류됩니다. 1995년 개장한 이 휴양림에는 통나무집과 야영장이 갖춰져 있고, 주변으로 수타사, 팔봉산 등 관광지와도 연계가 됩니다. 오봉산처럼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입산하는 루투도 있어서 체력과 일정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습니다.

산행 팁

1봉 정상(1,051m)에서의 조망은 '강원 제1의 전망대'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바로 확인시켜 줍니다. 북쪽으로는 소양호가 펼쳐지고, 그 뒤로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가 한 화면에 잡힙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인제의 대암산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제가 오른 날은 운해가 낮게 깔려 있었는데, 운해란 구름이 마치 바다처럼 산 아래를 가득 덮은 풍경을 뜻하며 산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 위로 소양호가 일부 드러난 광경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아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이 정상은 경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해병대 가리산전투비입니다. 저는 해병대 출신입니다. 가리산전투는 한국 전쟁 당시 홍천, 인제, 춘천으로 향하는 길목을 두고 벌어진 치열한 전투였고, 이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해병이 희생됐습니다. 비석 앞에 서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산 정상에서 이렇게 숙연해진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등산이 단순히 경치를 보러 가는 행위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 가리산 등산 초보자도 갈 수 있나요?

A : 정상 3개 암봉 구간에 나무 데크계단이 완비되어 있어 이전보다 난이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다만 합수곡에서 무쇠말재까지 오르막이 예상보다 가팔라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초보자라면 충분한 휴식 계획을 잡고 가시기 바랍니다.

 

Q : 가리산 등산 소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A : 가리산 자연휴양림 기점 환종주 코스 기준으로 총 거리 약 8km이며, 3~4시간이 일반적입니다. 암봉 구간에서 사진 촬영이나 조망 감상 시간을 더하면 넉넉하게 4시간 이상 계획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 가리산은 언제 가는게 가장 좋나요?

A : 봄에는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 꼽히고, 가을에는 참나무 중김의 울창한 숲이 단풍으로 물들어 두 계절 모두 추천할만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초가을에도 야생화가 꽤 많이 남아 있었고, 땀이 식을 때 공기가 차가워지므로 겉옷 한 장은 필수입니다.

 

Q : 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는 편한가요?

A : 가리산 자연휴양림 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등산객이 이곳을 기점으로 출발합니다. 주말 성수기에는 일찍 자리가 찰 수 있으므로 오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고, 대중교통이나 소양호 선착장을 이용한 입산 루트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가리산은 '쉬운 산'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가면 반드시 배신당하는 산입니다. 1,000m가 넘는 고도, 무쇠말재까지 이어지는 육산의 가파른 오르막, 그리고 3개 암봉의 암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치르고 정상에 섰을 때 소양호와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조망은 분명히 그 대가를 돌려줍니다. 단순히 체력 소모만 하는 산행이 아니라, 연리목이 주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고, 해병대 가리산전투비 앞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강원 제1의 전망대에서 대자연의 웅장함을 마주할 수 있는 스토리가 풍성한 산입니다. 해병대 출신인 저에게는 경치 이상으로 해병대 가리산전투비 앞에서의 그 무거운 해병대 선배님들 몇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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