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시작하면서도 '괴산 칠보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산이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서 "이 산을 왜 이제야 알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제 첫 번째 100대 명산 인증지가 된 칠보산, 그 산행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괴산 칠보산을 찾아가기까지
충북 괴산은 저의 고향입니다. 그런데 정작 괴산에 있는 칠보산을 제대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태어난 고장의 명산을 뒤늦게 찾아간다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게 오히려 이 산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칠보산은 해발 778m로, 속리산 국립공원 권역 안에 포함된 산입니다. 여기서 국립공원 권역이란, 국립공원 경계 안에 속해 보호·관리되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덕분에 등산로 정비 상태가 상당히 양호했고, 안내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이 산이 '칠보산(七寶山)'으로 불리는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불교의 칠보, 즉 금·은·산호·거거·마노·파리·진주 일곱 가지 보물이 산속에 묻혀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습니다. 옛사람들이 보물을 찾아 이 산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는데, 그 교훈이 "아름다운 산세 자체가 보물"이라는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직접 올라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지질학적으로 칠보산은 소백산맥의 주능선에서 살짝 비껴난 위치에 있으며, 주변의 군자산, 비학봉과 함께 거대한 화강암 지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화강암 지형이란,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굳어 형성된 암석 지형으로, 오랜 풍화를 거쳐 날카로운 바위 능선과 둥근 바위 덩어리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멀리서 보면 부드럽고, 가까이 다가서면 날이 선 — 그 묘한 대비가 칠보산 산세의 핵심이었습니다. 한여름에 방문했는데, 쌍곡계곡으로 향하는 도로가 그야말로 주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식당 앞, 길가 할 것 없이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그 혼잡함은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산행 코스로 들어서자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러 온 분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입니다.
산행코스를 직접 걸어보니
저는 이날 쌍곡리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떡바위→청석재→칠보산 정상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칠보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방식이었는데, 계곡과 능선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반 구간은 쌍곡계곡을 따라 걷는 흙길과 돌길이 혼합된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어제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숲 내음이 유독 진했고, 계곡 물소리가 등산로 전체를 감싸 안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서울 근교 산들을 주로 다녔는데, 도봉산이나 북한산 초입의 물소리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소리의 밀도 자체가 달랐다고 해야 할까요. 떡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시작됩니다. 암릉(巖稜)이란 바위가 노출된 좁은 능선 구간을 뜻하는데, 발디딤이 불안정하고 경사가 급해지는 구간입니다. 이 지점부터 체감 난이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위험한 구간이 많은 건 아니었고, 중급 이상의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수준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평소 주말 산행을 꾸준히 하시는 분이라면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코스였습니다. 청석재는 능선 위의 안부(鞍部), 즉 산등성이가 낮게 패인 지점으로 쉬어 가기 좋은 분기점입니다. 여기서 군자산과 보배산 방향의 조망이 한눈에 펼쳐졌는데, 이 순간이 제게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정도 조망이 나올 줄은 몰랐다"는 게 솔직한 반응이었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니 정상석 앞에 줄이 서 있었습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 덕분인지 등산객이 꽤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정상에서는 속리산 방향 산군과 괴산 일대의 깊은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연속으로 이어지는 능선 구조가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내려갈 때의 조망이 특히 좋다는 건 올라가면서는 몰랐다가 하산길에서 실감했습니다.
칠보산 쌍곡계곡 코스 핵심 포인트
- 출발지: 쌍곡리 탐방지원센터 (속리산국립공원 관리 구역, 출처: 국립공원공단)
- 주요 경유지: 쌍곡계곡 → 떡바위 → 청석재 → 칠보산 정상 (778m)
- 총 산행 시간: 원점 회귀 기준 약 4~5시간
- 코스 특징: 전반부 계곡 구간(완만) + 후반부 암릉 능선 구간(중급)
- 여름철 주의: 계곡 방문객 집중으로 탐방지원센터 일대 주차 혼잡 심함
두 코스를 비교해보면
칠보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제가 선택한 쌍곡계곡 코스 외에, 각연사에서 출발해 활목고개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청석재로 하산하는 원점 회귀 코스가 있습니다. 각연사 코스는 쌍곡계곡 코스에 비해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낮습니다. 육산(肉山) 형태가 주를 이루는데, 육산이란 바위보다 흙과 수풀이 덮인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는 산을 뜻합니다. 암릉 구간이 거의 없어 기술적으로 위험한 지점이 드물고, 경사도 비교적 일정합니다. 초중급 등산객에게 적합한 코스입니다. 활목고개는 주변 산군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교차하는 능선 안부입니다. 이곳에서 칠보산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며, 일부 바위 구간이 나타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육산의 성격을 유지합니다. 전체 산행 시간은 원점 회귀 기준 4시간 내외로, 쌍곡계곡 코스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각연사 코스의 강점은 사찰 탐방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각연사에는 통일신라 및 고려시대에 조성된 문화재가 다수 남아 있어, 등산과 역사 탐방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반면 쌍곡계곡의 물소리와 시원함은 이 코스에서 경험할 수 없습니다. 여름철이라면 이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본 쌍곡계곡 코스는 아주 힘들지도,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딱 적당한 산행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살구나무골 방향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시작되면서 무릎 부담도 확연히 줄어들었고, 계곡에 발을 담갔을 때의 그 차가움이 산행의 마침표를 찍어주었습니다. 하산 후 계곡에서의 물놀이까지 포함하면, 여름 산행지로서 칠보산 쌍곡계곡 코스는 제가 경험해 본 코스 중 손에 꼽히는 완성도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질문 : 괴산 칠보산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답변 : 제가 직접 걸어보니 쌍곡계곡 코스 기준으로 중급 수준이었습니다. 초반 계곡 구간은 완만하지만, 떡바위 이후 암릉 구간부터 체감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평소 주말에 꾸준히 산행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무리 없이 완주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각연사 코스는 이보다 수월하여 초중급에게도 적합합니다.
Q. 질문 : 칠보산 쌍곡계곡은 여름에 가도 괜찮나요?
A. 답변 : 계곡이 유명한 산이라 여름에 방문객이 집중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도로와 주차장이 극심하게 혼잡했습니다. 다만 산행 코스 안으로 들어서면 계곡 물소리와 울창한 숲 덕분에 더위가 많이 상쇄되었고, 하산 후 계곡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어 여름 산행지로서의 완성도는 높습니다. 평일 방문이 강력히 권장됩니다.
Q. 질문 : 블랙야크 100대 명산 칠보산 인증은 어디서 하나요?
A. 답변 : 칠보산 정상석 앞에서 인증하면 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정상석 앞에 인증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등산객이 많았습니다. 블랙야크 100대 명산 지정 이후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산이라, 주말에는 대기 시간을 염두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Q. 질문 : 쌍곡계곡 코스와 각연사 코스 중 어떤 걸 추천하나요?
A. 답변 : 여름에 방문한다면 저는 단연 쌍곡계곡 코스를 권합니다. 계곡의 시원함이 산행 내내 함께하고, 하산 후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반면 봄·가을이거나 난이도를 낮게 가져가고 싶다면 각연사 코스가 더 적합합니다. 각연사의 문화재 탐방을 산행과 함께 즐기고 싶은 분께도 각연사 코스를 권합니다.
에필로그

칠보산은 제 첫 번째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지였습니다. 지방 산을 자주 찾지 않던 시절에 선택한 첫 인증 산이었는데, 고향 괴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특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올라보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쌍곡계곡의 물소리, 청석재에서 열리는 조망, 그리고 정상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괴산 산군의 능선. 이 세 가지가 한 코스 안에 담겨 있다는 게 칠보산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방문 때는 각연사 코스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두 코스를 모두 경험하고 나서야 칠보산을 온전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괴산 쪽 산을 아직 가보지 못하셨다면, 칠보산 쌍곡계곡 코스를 첫 번째 선택지로 올려두셔도 충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