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100대 명산 <대야산>
제가 여름 하면 떠오르는 산들이 있습니다. 바로 계곡이 유명한 산들입니다. 저는 여름엔 계곡산행을 무조건 갑니다. 이번에도 뜨거운 여름을 타파할 곳을 찾다가 계곡으로 유명한 대야산을 다녀왔습니다. 경북 문경에 있는 대야산은 해발 931m이고 100대 명산이면서 여름계곡 산행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처음 이 산 이름을 들었을 때 그냥 또 하나의 명산이겠거니 했는데, 직접 걸어보니 그냥 명산이 아니었습니다.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계곡 소리가 끊기지 않은 산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야산은 1984년 속리산국립공원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월영대 이상 구간은 2015년에야 탐방로가 개방되었습니다. 그만큼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편입니다.

등산코스 안내 - 발 딛는 순간부터 달랐습니다
대야산 산행은 대부분 대야산 오토캠핑장 인근 용추계곡 소형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주차는 무료이고 화장실도 갖춰줘 있어서 출발 준비가 편합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에도 평일 오전이라 차가 거의 없었는데, 전에 주말에 왔었을 때에는 이미 이 주차장부터 전쟁이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용추폭포까지는 약1km, 걸어서 15분 남짓 되는 평지길입니다. 이 구간이 사실 대야산 산행의 예고편 같은 역할을 합니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계곡 냉기가 확 올라오는데, 제가 간 날은 습도가 거의 99%에 육박하는 날씨였음에도 계곡 옆에 서니 땀이 식을 정도였습니다.
- 용추폭포는 3단 구조의 폭포로, 회백색 화강암 한가운데 하트 형태의 독특한 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용추'란 용이 산다고 전해지는 깊고 맑은 웅덩이를 뜻하는 말로, 옛 선인들이 이 계곡의 신비로움을 표현한 이름입니다. 폭포 양쪽 바위에는 신라시대 최치원이 새겼다고 전해지는 세심대, 활청담, 옥하대 등의 음각 글씨가 지금도 남아 있어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자리입니다. 이런 역사적 맥락까지 알고 보면 단순한 폭포 이상의 감흥이 있습니다.
용추를 지나 월영대까지 이어지는 약 1km 구간도 계속 계곡을 끼고 걷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여기서 '월영대'란 밝은 달이 뜨면 바위와 계곡의 맑은 물 위로 달빛이 아름답게 드리운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용추가 압도적으로 멋있어서 그 이후 구간은 좀 평범하겠거니 했는데,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계곡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월영대에서 코스가 두갈래로 나뉩니다. 밀재 코스와 피아골 코스입니다.
- 주차장 - 용추폭포 : 약 1km, 15분 내외, 평지 트레킹
- 용추폭포 - 월영대 : 약 1km, 계곡 따라 완만한 오르막
- 월영대 - 밀재 : 약 1.9km, 완만하다가 후반에 경사 증가
- 밀재 - 대야산 정상 : 약 1km, 급경사 암릉 구간 시작
- 총 산행거리 : 약 10km, 소요시간 4~5시간(물놀이 별도)
밀재에 도착했을 때 고도계를 보니 700m에 조금 못 미쳤습니다. 밀재란 백두대간 종주 구간에 포함된 고개로, 대야산과 조항산 사이를 잇는 지점입니다. 쉽게 말해 계곡 구간이 끝나고 능선 구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기점입니다. 주차장에서 이 지점까지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밀재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1km지만, 이 1km에서 고도를 250m 가까이 올려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데, 등산 앱 지도상 거리만 보고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코 다칩니다. 오르막 강도가 상당하고, 밧줄을 잡아야 하는 구간도 나옵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대문바위가 먼저 반겨줍니다. 집채만 한 바위 두개가 마치 문처럼 서 있는 형태인데, 이 지점이 대야산 산행의 대표적인 포토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직접 서 보니 바위 아래가 움푹 파여 있고 그 틈새로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어떻게 저런 모양이 됐는지 한참 올려다보게 됩니다.

암릉구간이 이어지면서 곧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속리산과 희양산, 칠보산 방향 백두대간 조망이 한눈에 펼쳐지는 게 정말 그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언제 봐도 아름다울 모습 나중에 다시 재방문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하산은 왔던 길을 되짚어 밀재 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꼭 추천드리고 싶은건, 하산 후 용추에서 물놀이를 반드시 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게 이 산이 진짜 마지막 하이라이트입니다. 용추의 바위 사면이 자연 미끄럼틀 역할을 하는데, 이끼가 있어서 앉자마자 쭉 미끄러집니다. 수심이 허리에도 못 미치고 물이 극히 맑아서 수영을 못해도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저는 한참을 이 물놀이에 빠져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 대야산 등산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가요?
A : 전체적으로 중급 수준입니다. 주차장에서 밀재까지는 계곡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라 크게 힘들지 않지만, 밀재에서 정상까지 1km 구간은 급경사에 밧줄 구간까지 있어 체력 소모가 상당합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분이라면 피아골 코스보다 밀재 코스로 왕복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Q : 대야산 주차장 위치와 주차비는 얼마인가요?
A : 산행 들머리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용추계곡 소형 주차장입니다. 주차비는 무료이며 화장실도 갖춰져 있습니다. 단, 주말과 여름 성수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만차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 용추계곡 물놀이는 누구나 할 수 있나요?
A : 네, 용추계곡은 등산객뿐 아니라 물놀이만 목적으로 오는 방문객도 많은 곳입니다.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수영을 못 해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폭포 안쪽 일부 구역은 출입이 제한될 수 있으니 현장 안전 요원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Q : 밀재 코스와 피아골 코스 중 어느 쪽이 더 낫나요?
A : 경치와 안정성 모두 밀재 코스가 낫습니다. 피아골 코스는 1km 남짓 구간이 국내 산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가팔라 무릎 부담이 상당하고, 강우 시나 동절기에는 낙상 위험이 큽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피아골 쪽은 통제 중이었고, 밀재 왕복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산행이었습니다.
Q : 대야산은 몇 월에 가는 게 가장 좋나요?
A : 여름 계곡 산행지로 특히 유명한 만큼 7~8월 방문을 추천합니다. 다만 땡볕 구간이 있어 너무 더운 한낮은 피하시고, 오전 7~8시에 출발해 정상 능선을 오전 중에 통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 단풍 시즌도 계곡과 어우러져 운치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필로그
여름 산행지로 대야산 만한 곳은 드뭅니다. 계곡 트레킹과 암릉 등산이 한 코스 안에 다 들어 있고, 하산 후 물놀이까지 더해지면 하루가 꽉 찹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총 산행 거리 약 10km에 상승 고도 900m 이상이 나왔는데 계곡 소리와 물안개 덕분에 생각보다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은 출발 시간입니다. 능선 위 암릉 구간은 그늘이 없어서 한낮 땡볕에 올라가면 꽤 고생합니다. 저번에 왔을 때에도 정상에서 5분도 못 쉬고 내려온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평일 오전이라면 용추 미끄럼틀도 줄 없이 실컷 탈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즐거운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