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명산이 있지만,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산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덕유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함양군과 거창군에 걸쳐 있는 덕유산은 해발 1,614m의 향적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거대한 산군으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고 1975년도에 지정된 10번째 국립공원입니다.
덕유산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이라는 점입니다. 초보 등산객부터 종주산행을 즐기는 베테랑까지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
덕유산은 그 이름처럼 '덕이 많고 넉넉한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위치. 동쪽 가야산, 서쪽 내장산, 남쪽 지리산, 북쪽 계룡산·속리산에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이고, 북쪽 금강과 동쪽 낙동강의 수원지입니다.
덕유산은 소백산과 마찬가지로 산 정상부에 넓게 펼쳐진 고위평탄면이 아주 인상적인 산입니다. 특히 동엽령과 향적봉 사이에 있는 '덕유평전'은 사계절 내내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국립공원 100경 중 3곳(향적봉 상고대, 구천동계곡, 중봉에서 본 능선)이 이곳 덕유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덕유산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향적봉 정상보다 중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더욱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직접 덕유산 종주산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중봉에서 펼쳐지는 덕유평전과 능선 풍경은 마치 유럽 알프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등산코스 안내 - 곤돌라 이용이 가능한 치트키 코스
초보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자 덕유산을 처음 찾는다면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향적봉 코스입니다.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이동한 뒤 향적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입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의 거리는 불과 600m 정도입니다. 성인 기준 15~20분 정도면 충분히 오를 수 있으며 경사도도 완만한 편이라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정상에 설 수 있습니다. 등산이라기보다 '산책로' 수준입니다.
그래서 덕유산은 흔히 말하기를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1,600m급 산'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향적봉만 보고오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향적봉 정상석 인증샷만 찍고 내려가면 덕유산의 진가를 10%정도 밖에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향적봉에서 약 1.1km 떨어진 '중봉'까지 다녀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경사가 완만하고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지가 풍부해, 고위평탄면인 덕유평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명포인트입니다.
다만 겨울에는 등산로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눈과 얼음이 쌓이는 경우가 많아 아이젠은 사실상 필수 장비입니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강풍과 혹한이 심해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설천봉에서 향적봉 구간에는 탐방예약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방문 전 반드시 국립공원 예약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거칠고 장엄한 야성의 매력을 지닌 남덕유산 코스를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덕유산 하면 대부분 향적봉을 떠올리지만, 개인적으로는 남덕유산 코스를 더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장수군, 함양군, 거창군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예전에는 봉황산 또는 황봉이라고 불리워진 남덕유산은 해발 1,507m로 덕유산의 제2봉에 해당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영각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코스입니다. 왕복 약 7.5km 정도로 하루 산행으로 적당하며, 초반에는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해발 1,200m를 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파른 계단과 암릉구간이 이어지고, 정상 부근에서는 덕유산 특유의 장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겨울철 남덕유산은 상고대 명소로 유명합니다. 많은 산행 후기에서도 '향적봉보다 남덕유산의 설경이 더 아름답다'는 평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상 1km 전부터 시작되는 상고대 군락은 마치 순백색 숲 속을 걷는 느낌을 주며, 강한 바람과 어우러진 겨울 풍경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물론 그만큼 난이도도 높습니다.
대한민국 3대 종주 코스라고 한다면 설악산, 지리산 그리고 덕유산이 있습니다. 덕유산에서 가장 유명한 종주코스는 육십령에서 시작해 구천동으로 내려오는 육구종주입니다. 총 거리는 약 32km가 정도이며 일반적으로 어둑한 이른새벽에 시작하는 일정으로 진행합니다. 대표 구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육십령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삿갓재대피소 → 무룡산 → 동엽령 → 백암봉 → 중봉 → 향적봉 → 구천동
덕유산 종주의 매력은 단순히 정상 하나를 찍는 것이 아니라 남덕유산부터 향적봉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백두대간 능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또한 쉽게 볼만한 만만한 코스가 아니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할미봉 구간과 삿갓봉 구간은 종주 코스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합니다. 체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무리한 도전보다는 향적봉이나 남덕유산 단일 코스를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팁 - 4계절의 덕유산
덕유산은 어느 계절에 가도 후회가 없는 산입니다.
봄: 고산지대답게 평지보다 늦은 봄이 찾아옵니다. 설천봉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연분홍 철쭉과 원추리 싹이 트며 야생화 천국이 되어 신록이 덕유평전을 뒤덮습니다,
여름: 울창한 활엽수림과 깊디깊은 무주 구천동 계곡이 천연 냉장고 역할을 해줍니다. 도심이 폭염으로 끓어오를 때 향적봉에 서면 에어컨보다 시원한 산바람과 거대한 운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을: 구천동 계곡의 또 다른 이름인 '홍류동'이라는 명성답게, 계곡물까지 붉게 물들이는 오색 단풍이 극치를 이룹니다. 덕유평전의 억새와 단풍의 조화는 서정적인 장엄함을 줍니다.
겨울: 덕유산의 본체는 겨울이라 할 정도로 강쳑추천합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빚어낸 거대한 상고대(눈꽃)가 온 산을 순백의 산호 숲으로 바꿉니다. 눈 덮인 주목 군락과 하얀 능선은 그야말로 국내 최고 수준의 설경으로 현실판 '겨울왕국'입니다. 실제로 많은 등산객들이 겨울 덕유산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곤돌라를 기다리고, 평일에도 수많은 방문객이 찾을 정도입니다.
덕유산은 우리에게 곤돌라라는 아주 편리한 문명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백두대간의 거친 칼바람과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혹한의 야생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야누스 같은 산입니다. 겨울산행 향적봉의 부드러운 눈꽃에 반해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매서운 고산의 추위에 호되게 당하시는 분들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가벼운 산책 코스든, 30km 이상의 대종주 코스든 '겨울철 아이젠과 방한복장'만큼은 타협 없는 필수 준비물입니다. 혹시나 미지참 시 리조트나 설천봉 상점에서 대여 및 구매가 가능합니다.
맺음말
덕유산은 초보자에게는 향적봉의 편안한 산행을, 중급자에게는 남덕유산의 웅장한 암릉을, 숙련자에게는 육구종주라는 도전의 무대를 제공하는 산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균형 잡힌 국립공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접근성, 경관, 계절감, 코스 다양성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습니다.
만약 처음 덕유산을 방문한다면 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과 중봉을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덕유산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겨울철 남덕유산 상고대 산행에도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덕유산을 "눈꽃 산행의 성지"라고 부르는지 직접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