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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882.4m)은 동강 한가운데 솟아 있는, 강과 산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풍경으로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곳입니다. 제가 직접 올라보니 정상 뷰는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그런데 칠족령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동강의 U자 굽이는, 그걸 보러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코스별 난이도

백운산 등산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최단 코스인 점재길(점재교 → 정상, 1.1km), 중간 코스인 산악회 애용 코스(점재교 → 정상 → 칠족령 → 제장교, 7km), 그리고 가장 완만한 문희마을 코스(백룡동굴 탐방센터 → 정상, 3.2km)입니다. 저는 이번에 문희마을 코스를 이용했습니다. 들머리인 백룡동굴탐방센터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출발 전 준비하기에 좋았습니다. 거리 수치만 보면 완만한 코스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갈림길 이전까지 제법 가파른 구간이 이어집니다. 제가 올라가면서 "이게 완경사 코스라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점재길에 대해서는 정말 주의가 필요합니다. 1.1km라는 거리 수치만 보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낭패를 봅니다. 이 코스는 단순히 경사가 급한 것이 아니라, 한쪽이 수직 절벽인 칼바위 능선을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나 눈이 온 직후에는 미끄러짐 사고 발생 위험이 특히 높습니다. 하산 코스로 잡는 것도 비추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코스는 등산화 없이 절대 진입하면 안 됩니다. 전체적인 산세는 홍천 팔봉산과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팔봉산이 홍천강변을 끼고 8개 봉우리를 넘는 것처럼, 백운산도 동강을 옆에 두고 대여섯 개 봉우리를 계속 오르내려야 합니다. 하산길인데 왜 자꾸 올라가냐고 속으로 투덜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백운산 등산코스 핵심 포인트
백운산은 들머리와 동선에 따라 난이도와 위험도가 크게 갈리며, 크게 문희마을 코스, 점재교~제장교코스, 점재길(최단 코스) 3가지로 구분됩니다.
- 문희마을 코스(3.2km): 완경사, 동강할미꽃 군락지·백룡동굴 조망 가능, 초보자 권장
- 점재교 → 제장교 코스(7km): 산악회 표준 코스, 칠족령 경유, 무난한 편
- 점재길(1.1km): 최단이지만 칼바위 능선 포함, 초보자 절대 금지
칠족령
백운산 정상에 올라보니, 솔직히 뷰가 별로였습니다. 숲에 가려 시야가 트이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882.4m 정상석 두 개(한자 정상석과 한글 정상석)를 인증하고 나면 사실 할 일이 끝나버립니다. 이 산을 정상만 찍고 내려오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백운산의 절반도 못 본 것이라고 봅니다. 칠족령(漆足嶺) 전망대가 이 산의 진짜 하이라이트입니다. 칠족령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는데, 옛날 선비의 개가 옻(漆)나무 통을 엎고 발(足)에 옻을 묻힌 채 도망간 발자국을 따라갔더니 이 고개가 나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름도 독특하지만 경치는 더 독특합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동강이 'U자형'으로 크게 굽이쳐 흐르는 사행천(蛇行川) 지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사행천이란 강물이 곡선을 그리며 구불구불 흘러 평지나 계곡에 S자 또는 U자 모양의 지형을 만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영월 선암마을 못지않은 비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2021년 12월 8일 문화재청이 이 일대를 명승으로 지정한 것도(출처: 문화재청) 그냥 나온 결정이 아닙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칠족령 전망대에 섰는데, 병대(뾰족하게 솟은 절벽 지형)와 동강이 맞닿은 그 장면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하산 내내 봉우리를 몇 개나 넘는지 투덜거렸는데, 그 수고가 한 방에 해결되는 경치였습니다.
동강할미꽃
이 산에서 동강할미꽃을 볼 수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반신반의했습니다. 군락지에서 보는 것과 산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은 느낌이 다를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올라가보니 그 생각이 맞았습니다. 하산 중 등산로 바로 옆 절벽 틈에서 세 번이나 동강할미꽃을 발견했을 때는 예상 밖의 기쁨이었습니다. 동강할미꽃은 동강 유역의 석회암 절벽과 바위 틈에서만 자라는 희귀 식물로, 일반 할미꽃과 달리 꽃잎 바깥쪽에 긴 털이 촘촘하게 달려 있어 훨씬 고귀하게 생겼습니다. 이 털 때문에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들어옵니다. 오후 시간에 만나서인지 꽃잎이 오므라들어 있는 개체도 있었는데, 아침에 활짝 핀 모습을 보려면 이른 출발을 추천합니다. 할미꽃 외에도 이 시기 백운산 등산로에는 생강나무 꽃이 폭발적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강나무가 많은 산은 처음 봤습니다. 화면으로는 어둡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노란 꽃이 눈처럼 내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봄에 오시면 동강할미꽃이 없더라도 이 생강나무 꽃길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됩니다. 문희마을 아래쪽에는 동강할미꽃 군락지가 따로 있습니다. 군락지에서 확실하게 보고 싶다면 등산 전후로 들러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이번에 산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쪽이 더 좋았는데,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백룡동굴

백운산 등산만 놓고 보면 저는 솔직히 단독으로 다시 오고 싶은 산은 아닙니다. 100대 명산 인증을 위해 찾는 산이라는 성격이 강하고, 정상 뷰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백룡동굴까지 함께 계획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백룡동굴(白龍洞窟)은 1979년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석회동굴로, 총 길이가 1.8km에 달합니다. 여기서 석회동굴이란 석회암 지대에서 지하수가 오랜 시간 암석을 녹이며 형성된 동굴을 말합니다. 종유석, 석순, 석주 같은 동굴 생성물이 발달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른 관광 동굴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탐방 방식이 체험형이라는 것입니다. 일반 관광 동굴처럼 조명이 깔린 데크를 걸어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탐방객이 직접 헬멧과 헤드램프를 착용하고 좁은 구간을 기어서 통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제가 직접 체험해봤는데, 이건 다른 동굴탐험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동굴 자체가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백룡동굴 탐방센터 주차장에서 출발해 칠족령을 거쳐 정상을 찍고 완경사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총 8.24km, 약 4시간 30분)가 인기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백룡동굴 탐방 예약을 추가하면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습니다. 단, 백룡동굴은 사전 예약이 필수이므로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백운산 초보자도 갈 수 있나요?
A. 코스 선택이 핵심입니다. 문희마을 코스(3.2km)는 경사가 상대적으로 완만해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지만, 점재길(1.1km)은 칼바위 능선이 포함된 고난이도 코스라 초보자에게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등산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비나 눈이 온 직후에는 전 코스에 걸쳐 미끄러짐 위험이 크게 높아지므로 날씨 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Q. 칠족령 전망대는 정상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A. 정상에서 칠족령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 여러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이동해야 합니다. 전체 백룡동굴 탐방센터 → 칠족령 → 정상 → 원점 회귀 코스가 8.24km에 약 4시간 30분 소요됩니다. 칠족령 전망대를 생략하면 백운산의 핵심을 놓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고 계획하는 것을 권합니다.
Q. 동강할미꽃은 언제 볼 수 있나요?
A. 동강할미꽃은 주로 3월 말에서 4월 중순 사이에 개화합니다. 석회암 절벽 틈과 바위 위에서 자라는 희귀 식물이라 군락지가 아닌 등산로에서 발견하면 꽤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오후보다는 오전에 꽃잎이 더 활짝 펴 있는 편이라, 이른 출발을 추천합니다. 문희마을 아래쪽 군락지에서 확실하게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Q. 백룡동굴 탐방은 예약이 필요한가요?
A. 네, 백룡동굴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일반 관광 동굴과 달리 헬멧과 헤드램프를 착용하고 좁은 구간을 직접 통과하는 체험형 동굴이라 인원 제한이 있습니다. 방문 전 국가문화유산포털이나 정선군청 공식 채널을 통해 예약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에필로그
백운산은 정상 뷰만 놓고 보면 100대 명산치고 아쉬운 편입니다. 제가 직접 올라보니 정상에서는 숲에 가려 시야가 거의 열리지 않고, 뷰가 없다는 점이 분명한 단점입니다. 이 산만 보고 온다면 솔직히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칠족령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동강 사행천 경관, 하산 중 우연히 만나는 동강할미꽃, 그리고 등산과 연계하는 백룡동굴 체험까지 함께 계획한다면, 이 산은 충분히 다시 올 만한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 강원도 정선 오지 깊숙이 들어온 보람이 확실히 있습니다. 봄 시즌에 칠족령 전망대와 백룡동굴을 모두 잡는 하루 코스로 계획하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