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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한국의 100대 명산, 등산코스 안내, 팁, 에필로그

by bosalnim 2026. 6. 22.

두타산 마천루 협곡

한국의 100대 명산 <두타산> - 번뇌를 털어내고 신선이 되는 길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여름이 되면 산쟁이들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산에 시원하고 푸릇한 청정함을 마주할까 하는 설렘 때문입니다. 수많은 명산 중에서도 제가 매년 여름이 되면 마음속 1순위로 저장해 두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와 삼척시에 웅장하게 걸쳐 있는 백두대간의 척추, 해발 1,353m의 두타산(頭陀山)입니다.

'두타(頭陀)'라는 단어는 본래 불교 용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인 '두따(dhuta)'를 한자로 음차 한 것입니다. 바로 '제거하다. 털어버리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뜻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실제로 산에 발을 들이는 순간, 왜 이곳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전형적인 경동지형의 표본이고, 지리학적으로 두타산은 매우 흥미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백산맥과 백두대간의 본줄기에 위치한 이 산은 서쪽(태백 하장면 방면)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평탄한 반면, 동쪽(동해 삼척 방면)은 수직에 가까운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학교 지리 시간에 배웠던 '경동지형(한쪽으로 치우쳐 경사지 어진 지형)'의 교과서적인 표본인 셈입니다. 사면(斜面)에 따른 식생의 변화도 아주 드라마틱합니다. 남사면은 햇빛을 가득 받아 거칠고 강인한 소나무림이 빽빽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암릉과 어우러진 노송의 자태는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 같습니다. 북사면은 수분을 머금은 부드러운 활엽수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색채 변화를 보여주는 주역입니다. 또한 두타산은 동해안과 불과 1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푸른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산과 바다를 하루 만에 품을 수 있는 산', 이것이 바로 두타산이 가진 매력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반면 두타산이 마냥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두타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시멘트 원석인 석회석 채석지 이기도 합니다. 산의 일부가 계속해서 채석되면서 환경훼손이 진행 중입니다. 동해시의 최대 지역 기반 산업이 시멘트 산업이다 보니 지역 경제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가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등산코스 안내 - 무릉계곡, 베틀바위, 마천루의 완벽함

두타산은 크게 두 가지 코스로 나뉩니다. 댓재코스와 무릉계곡 코스입니다. 두 코스의 거리는 왕복 기준으로 약 12~13km 내외로 얼추 비슷하지만, 난이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최단거리 코스 및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을 오를 때는 댓재코스, 무릉계곡 등 두타산의 진짜 눈물 나는 비경과 웅장함을 영혼까지 느끼고 싶다면 무릉계곡 코스를 추천합니다.

무릉계곡 코스는 해발 200m도 안 되는 바닥에서 시작해 1,353m까지 계단과 너덜길을 무한 반복하며 올라가야 하는데, 경기도에서 악명 높은 명지산이나 용문산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입니다. 그래서 초보 등산객들에게는 두타산의 정상을 가지는 않지만 두타산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는 '베틀바위-마천루-폭포 순환코스'를 추천드립니다. 이 코스는 두타산이 숨겨놓은 최고의 에센스만을 뽑아놓은 '종합 선물 세트'같은 코스입니다. 2020년 가을에 40년 만에 개방된 베틀바위 구간과 뒤이어 개발된 협곡 마천루 잔도길을 모두 아우르는 최고의 트레일 구간입니다. 베틀바위는 '한국의 장가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곳의 풍경은 정말 압도적입니다. 마치 거대한 베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뾰족뾰족하게 솟아오른 기암괴석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왜 이곳을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지 단박에 증명해 줍니다. 날카로운 바위들과 그 척박한 틈새에 뿌리를 내린 노송들의 조화는 대자연이 그린 거대한 진경산수화 그 자체입니다.

베틀바위를 지나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면 미륵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리저리 각도를 바꿈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인자하게 미소 짓는 미륵불의 눈, 코, 입 형상이 툭 하고 튀어나옵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과 각도에 따라 선비가 되기도 하고 부엉이가 되기도 합니다. 미륵바위를 지나 여유로운 오르내림을 하다 보면 산성 12 폭포와 두타산성을 마주칩니다. 마천루 구간을 가기 위해선 이산성 12 폭포의 상단 암반을 직접 건너가야 합니다. 수직 절벽 사이로 길게 뻗은 하얀 비단실 같은 폭포는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산성폭포를 지나 부지런히 걷다 보면 두타산의 협곡 마천루에 도달합니다. 개방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이곳은 동해시에서 야심 차게 조성한 잔도길 데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암릉 위에 조성된 전망 데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오금이 저릿할 정도의 아찔한 고도감과 압도적인 공간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구름이나 안개가 낮게 깔리는 날 오면 정말 신선이 되어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두타산의 자랑인 무릉계곡에는 용추폭포와 쌍폭포가 있습니다. 하산길에 마주하게 되는데, 그냥 못 보고 지나친다면 후회할 것입니다. 비주얼의 끝판왕 쌍폭포와 기세가 압도적인 용추폭포는 가슴속 깊은 곳까지 뻥 뚫리는 시원함을 선물해 줍니다.

폭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음이온과 바람을 얻어 온몸의 피로를 씻어 내고 하산을 하면 고즈넉한 삼화사와 무릉반석을 만나고 산행을 마치게 됩니다.

이 코스 외에 정상을 밟고 싶은 분들은 중간에 두타산성 갈림길에서 두타산 정상방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시작고도가 해발 500m에서 1,353m까지 쉼 없는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마주한 두타산 정상은 아래 코스의 웅장함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정상 코스를 추가하여 순환코스를 돌게 되면 그 거리는 약 20km 정도가 됩니다. 여느 종주코스 못지않은 거리이고 획득하는 고도도 상당하니까 체력안배를 잘하여야 합니다.

두타산은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장엄한 얼굴로 우리를 유혹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명산입니다. 봄에 4월 중순이 되면 무릉계곡 입구부터 진달래와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그리고 5월 초가 되면 거친 바위산 사이로 돋아나는 연둣빛 신록이 거친 암릉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싱그러운 생명력을 뿜어냅니다. 여름은 대한민국 국민관광지 1호라는 명성답게, 여름의 무릉계곡은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활엽수가 만든 짙은 녹음 터널과 풍부한 수량의 용추, 쌍폭포가 뿜어내는 냉기 덕분에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시원한 계곡 산행이 가능합니다. 또한 가을에는 설악산 부럽지 않은 단풍절경을 볼 수 있는데, 10월 하순, 베틀바위와 두타산성 주변이 붉고 노란 오색 단풍으로 타오를 때 두타산은 미모의 정점을 찍습니다. 수직 암벽의 황량함과 화려한 단풍의 대비는 감히 설악산 공룡능선에 비견될 만큼 장엄하고 화려합니다.

겨울의 두타산은 혹독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대간지역 특성상 거대한 바위와 소나무 위에 피어나는 눈꽃과 상고대가 압권이며, 얼어붙은 거대한 폭포들이 만드는 빙폭은 오직 겨울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외에 좋은 팁하나 알려드리면 두타산의 무릉계곡 입장료는 4,000원입니다. '조금 비싼가?' 싶다가도 매표를 하면 지역상품권인 '동해사랑상품권 2,000원권'을 현장에서 페이백 해줍니다. 이 상품권은 동해시 내에서 사용이 가능하니 버리지 말고 잘 챙겨 두셔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에필로그

번뇌를 두고 돌아오는 길, 바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마음의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두타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서친 숨을 몰아쉬며 베틀바위의 급경사를 오르고, 마천루의 아찔한 절벽 위에서 광활한 자연을 내려다보며, 쌍폭포의 장쾌한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던 세상의 번뇌들이 맑은 계곡물속으로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정상을 정복했다는 성취감보다, 내 안의 무거운 짐들을 자연스럽게 비워내고 올 수 있게 해주는 '두타'의 털어버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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