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의 BTS. 방태산을 부르는 별칭입니다. 해발 1,444m. 강원도 인제에 자리한 방태산은 호남에 지리산이 있다면 강원도에는 방태산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육중한 산체와 깊은 골짜기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과하다 싶었는데, 직접 올라보고 나서는 그 표현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최대 규모의 자연림과 청정 계곡이 이 산 하나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 <방태산> -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 원시림과 생태계의 보고
여름에는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청정 계곡 트레킹으로, 가을에는 온 산을 붉고 노랗게 물들이는 환상적인 단풍으로 등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산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인제읍과 상남면에 걸쳐 있는 산림청 선정, 블랙야크 선정 100대 명산인 방태산(芳台山)입니다. 단순히 높이만 높은 산이 아니라, 지질학적으로 태백산맥의 중심축에 위치하며 주봉인 주억봉(1,444m)을 필두로 구룡덕봉(1,389m), 가칠봉(1,241m), 응복산(1,156m) 등 해발 1,000m가 훌쩍 넘는 고산준봉들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산군(山群)입니다.
방태산의 가장 큰 자산은 단연 숲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불릴 만큼 낙엽활엽수와 침엽수가 빽빽하게 어우러진 원시림이 발달해 있습니다. 이 덕분에 희귀식물과 희귀어종, 산림 동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생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산으로 손꼽히며 산세가 크고 깊어 외부와 격리된 천혜의 요새같은 느낌을 줍니다.
또한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뻗고 있는 방태산은 수량이 풍부하기로 유명합니다. 그 유명한 '아침가리골'의 짙푸른 물은 암반 위를 구슬처럼 굴러 떨어지고,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독특한 지형의 '적가리골', 그리고 '지당골' 등 골짜기마다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비경을 품고 있습니다. 험준하고 날카로운 바위산이라기보다는, 깊은 숲과 맑은 물, 부드러운 능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대형 산림형 산지'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산코스 안내
방태산 산행을 계획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휴양림에서 최단 코스로 올라 주억봉(정상)만 찍고 다시 내려오는 우를 범하지 말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억봉 정상은 주변에 키가 큰 나무들이 많아 강원 내륙의 고산답지 않게 사방 조망이 다소 답답하게 막혀 있습니다. 반면, 주억봉에서 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구룡덕봉(1,389m)은 과거 군부대가 있던 자리라 시야가 사방으로 완전히 트여 있어 강원도 인근의 모든 산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입니다. 따라서 방태산의 진면목을 보려면 자연휴양림을 기점으로 삼아 시계방향으로 크게 도는 '환종주 코스'를 적극 추천합니다.

산행의 시작점은 방태산 자연휴양림입니다. 국립 자연휴양림답게 주차장, 야영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제2주차장에 차를 대고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초입부터 귓가를 때리는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함께합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울창한 나무 사이로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때마침 날리는 민들레 홀씨와 푸릇푸릇한 이끼들이 가득한 원시림을 걷다 보면 마치 정글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완만한 숲길을 오르면 갈림길 이정표가 나옵니다. 오른쪽은 지당골을 거쳐 주억봉으로 바로 향하는 최단 코스이고, 왼쪽이 매봉령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저는 조망을 위해 왼쪽 매봉령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휴양림 초입의 평탄하고 부드러운 흙길 덕분에 "어라? 생각보다 할 만한데?"라는 방심이 고개를 드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완만하던 계곡 트레킹 길이 끝나고 '매봉령까지 800m'라는 이정표를 만나는 순간, 방태산은 본색을 드러냅니다. 해발 고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본격적인 급경사 돌길과 흙길, 그리고 계단 지옥이 시작됩니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울창한 정글 숲속에서 고도를 올리다 보니 온몸의 땀구멍이 다 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경사가 워낙 가팔라 체력 소모가 극심하고, 주변이 온통 수풀로 가득 차 있어 초반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뇌를 비우고 묵묵히 한 발짝씩 내딛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급경사 끝에 '천국의 문' 같은 고갯마루인 매봉령(1,249m)에 올라서면 비로소 거친 숨을 고를 수 있습니다. 매봉령 이후부터는 완만한 능선 산행 분위기로 전환되므로, 이곳에서 얼려온 이온음료나 간식을 먹으며 소모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합니다. 매봉령에서 구룡덕봉 방향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방태산 특유의 깊은 산세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사람의 손길이 최소화된 자연 그대로의 거친 나무들과 태풍에 쓰러진 고목들이 엉켜 있어 묘한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약 15~20분 정도 이동하면 뜬금없이 넓게 잘 닦인 임도 구간과 만납니다. 과거 군부대가 상주했던 역사적 흔적 덕분인데, 이 임도를 따라 편안하게 걸으며 헬기장을 지나면 방태산 최고의 하이라이트 공간인 구룡덕봉 전망대에 도착하게 됩니다.

구룡덕봉에서 멋진 경치를 감상한 뒤, 정상인 주억봉까지는 약 1.7km에서 2km 정도의 부드러운 원시림 능선길을 이어갑니다. 경사도가 완만하여 산책하듯 걸을 수 있어 페이스를 올리기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편안하게 걷다 보면 자연휴양림(지당골)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주억봉 하단 삼거리 기점에 도달합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마지막 400m의 급경사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 10~15분간 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힘을 쥐어짜 올라가면, 드디어 해발 1,444m의 방태산 정상 '주억봉' 정상석이 반겨줍니다. 산의 모양이 마치 부엌에서 쓰는 '주걱'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주억봉은 강원 내륙 산다운 웅장한 높이감을 자랑합니다. 서쪽으로 뻗은 주걱봉과 가칠봉 라인의 산세가 수려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주변 나무들이 키가 커서 시야가 군데군데 가려집니다. "역시 구룡덕봉을 들렀다 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입니다. 정상석 인증 도장을 찍고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마친 뒤 하산 채비를 합니다. 정상에서 다시 삼거리 기점으로 내려와 방태산 자연휴양림(지당골) 방향 최단 코스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 하산 코스는 초반 40~50분 동안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단차가 큰 돌길과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지루한 급경사 통곡의 벽이 끝나면 물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며 지당골 계곡 초입에 접어듭니다. 이때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지며 물줄기를 따라 편안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며 걷다 보면 산행 초반에 만났던 매봉령 갈림길과 제2주차장에 원점 회귀하게 되며 약 6시간에 걸친 대장정이 마무리됩니다.
산행 팁 - 방태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
① 구룡덕봉 전망대
산림청의 성공적인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재탄생한 이곳에는 동서남북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4곳의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데크에서는 올라온 구룡덕봉 능선이, 두 번째 데크에서는 웅장한 설악산 국립공원의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의 마루금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집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데크에서는 홍천 방면의 첩첩산중과 앞으로 가야 할 주억봉의 육중한 산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마주하는 순간, 깔딱 고개에서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했던 후회가 눈 녹듯 사라지고 압도적인 해방감이 밀려옵니다. 주억봉 정상보다 이곳 구룡덕봉 전망대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무르며 사진을 남기시길 추천합니다.
② 적가리골의 명물, '이단폭포 (이폭포와 저폭포)'
방태산 자연휴양림 내 적가리골에 위치한 이단폭포는 방태산을 전국구 명소로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위쪽의 높이 10m짜리 '이폭포'와 아래쪽 3m짜리 '저폭포'가 연이어 떨어지며 장엄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특히 가을철이 되면 폭포 주변으로 붉은 단풍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데, 하얗게 부서지는 폭포수와 붉은 단풍의 대비를 담기 위해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주차장에서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하산 길에 반드시 들러 지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면 좋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물이 온몸의 피로를 순식간에 날려줄 것입니다.
③ 방동약수와 개인약수
방태산 기슭에는 몸에 좋은 탄산 약수터가 두 곳이나 있습니다.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위치한 방동약수는 탄산, 망간, 철분 성분이 풍부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톡 쏘는 특유의 철분 맛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산행 후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또 다른 한 곳인 개인약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약 1,000m)에 위치한 약수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맛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 방태산 등산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 : 중급 이상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전체 거리가 약 15km에 달하고 매봉령 직전 급경사 구간이 체력 소모의 핵심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여름 산행 기준으로는 평소보다 체력 여유를 20~30% 더 두고 출발하는 게 현명합니다. 초보자나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계곡 트레킹 구간만 즐기고 돌아오는 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입니다.
Q : 방태산 가장 좋은 코스는 어디인가요?
A : 자연휴양림 제2주차장 - 매봉령 - 구룡덕봉 전망 데크 - 주억봉 - 원점 회귀하는 시계방향 환종주 코스를 추천합니다. 조망, 숲길, 계곡이 고루 섞여 있어 방태산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주억봉만 인증하고 바로 하산하면 구룡덕봉 전망 데크를 놓치게 되니 꼭 순서를 지켜 가세요.
Q : 방태산 자연휴양림 입장료와 이용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A : 입장료는 1,000원이며, 탐방 이용 시간은 오후 6시까지입니다. 15km 코스 완주에 넉넉하게 6시간이 걸리니, 오전 11시~12시 이전에는 출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차장, 야영장, 약수터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 캠핑과 병행하기에도 좋습니다.
Q : 방태산 여름 산행, 정말 힘든가요?
A : 솔직히 말씀드리면, 30도 이상의 폭염 속 방태산 완등은 상당히 고생스럽습니다. 그늘이 많아 직사광선은 차단되지만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면 체감 온도가 훨씬 높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계곡 트레킹 구간만큼은 더운 날씨에도 선선함이 유지되고, 하산 후 폭포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충분히 보상이 됩니다.
에필로그
방태산은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화려한 기암괴석이 즐비하거나 다른 악산들처럼 유명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산입니다. 원시림, 청정 계곡, 폭포, 탁 트인 능선 조망까지 갖추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조용하게 자연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여름 폭염 속에 15km 완주를 계획한다면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저처럼 더위에 두 번이나 주저앉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충분한 수분과 간식을 챙기고 오전 일찍 출발하세요. 정리하면, 구룡덕봉 전망 데크는 절대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방태산의 진짜 절경이 거기에 있습니다. 주억봉 정상 인증도 물론 의미 있지만, 강원도 산줄기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그 조망이 이 산에 오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