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해발 654m라는 숫자만 보고 "그냥 가볍게 다녀오지 뭐" 하고 올랐다가 중간에 로프를 잡으며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춘천 삼악산은 강원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된 100대 명산 중 하나로, 낮은 고도에 비해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암릉형태의 산입니다. 그런데 그 험함 때문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산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 <삼악산> - 등선폭포, 오르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삼악산은 1973년 강원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됐으며, 고대 맥국시대 산성터와 흥국사, 금선사, 상원사 등 7개 사찰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치를 보러 오는 산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점이 이 산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줍니다.
삼악산을 처음 간다면 어느 코스로 올라야 할지 고민되지 않으셨나요? 저도 한참 고민하다 결국 등선폭포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입구 쪽에 식당가도 있고,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등선폭포 코스의 매력은 초반에 터집니다. 식당가를 지나 협곡 사이로 들어서는 순간,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등선계곡의 이 협곡 지형은 약 10억 년 전의 지층이 변성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석영암 절리가 발달한 구간을 따라 등선폭포, 승학폭포, 백련폭포, 비룡폭포, 주렴폭포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석영암 절리란, 암석이 지각 변동이나 열에 의해 일정한 방향으로 쪼개진 균열 구조를 말합니다. 이 균열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수직에 가까운 폭포가 형성된 것입니다.
폭포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고, 계곡 특유의 냉기 덕분에 여름에 찾아도 생각보다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흥국사를 지나고 나면 333계단이 기다리는데, 이 구간이 코스에서 가장 숨이 차는 지점입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깔딱 고개 수준이라 등산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올라봤을 때, 이 333 계단 앞에서 이미 물을 반쯤 비웠어서 물을 좀 더 넉넉하게 챙겨 가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등산코스 안내
의암매표소 코스를 처음 보면 "이걸 꼭 가야 하나?" 싶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올라보고 나면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를 고집하는지 바로 이해됩니다. 의암코스는 시작 고도가 약 100m 정상인 용화봉이 654m로 약 550m를 거리 2km 암에 올라야 합니다. 경사도가 70도에 가까운 구간도 나오고, 로프와 철계단을 손으로 잡아야 하는 암릉구간이 이어집니다. 흙산처럼 발이 땅에 푹푹 꽂히는게 아니라, 경사진 바위 표면을 발과 손으로 짚으며 올라야 하는 구간입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 바위가 사람들 발길에 반질반질해져서 생각 이상으로 미끄러웠습니다.
이 험한 구간에서 비로소 조망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깔딱고개 표지판을 만나고 조금 더 오르면 의암호와 춘천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뾰족한 바위 지점이 나옵니다. 붕어섬, 레고랜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가 한 화면에 잡히는 순간 힘들었던 것이 전부 사라집니다. 이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관광 시설로,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에서는 삼악산 등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정상인 용화봉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어 탁 트인 조망이 어렵습니다. 오히려 정상 직전의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의암호 풍경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정상에서 한참 동안 풍경을 바라보며 쉬었는데, 힘들게 올라온 피로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날씨 좋은 날에는 화악산과 춘천 시내가 동시에 보이니, 이왕이면 맑은 날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산행 팁 - 실제로 걸어보니 이렇습니다.
삼악산을 한 번에 가장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셨다면, 제가 경험한 코스를 참고해보세요. 가장 만족도가 높은 루트는 등선폭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의암매표소까지 이동한 뒤 의암코스로 올라 정상을 만나고 등선폭포 방향으로 하산하는 원점 회귀 코스입니다. 등선폭포 주차장에서 의암매표소까지는 도보로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중간에 자전거 도로와 합류하기 전까지 갓길 구간이 있으니 차량을 주의하며 이동해야 합니다. 의암코스로 정상까지는 약 1시간 20분~2시간, 정상에서 등선폭포 방향 하산은 약 1시간 30분 이상 걸립니다. 전체 원점 회귀 기준으로 여유 있게 잡으면 5시간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을 때 쉬는 시간 포함해서 이 정도 나왔고, 체력이 좋으신 분은 4시간대에도 충분합니다. 하산길인 등선폭포 방향은 의암코스와 달리 비교적 무난하지만, 낙엽이 쌓인 구간에서는 미끄러움이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폭포 구간은 비가 충분히 온 뒤에 방문해야 수량이 많아 훨씬 장관입니다. 건기에는 물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어요.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와 스카이워크도 최근에 생긴 관광 명소인데, 등산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좋은 대안입니다. 다만 케이블카와 등산은 별개의 경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케이블카 상부에서 등산로와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고 싶다면 반드시 등산 코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저는 시간이 된다면 케이블카와 등산을 따로 각각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 삼악산 등산 초보자도 혼자 갈 수 있나요?
A : 등선폭포 코스라면 평소 가벼운 운동을 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 가능합니다. 다만 의암코스는 암릉 구간이 가파르고 로프와 철계단이 많아 초보자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초보 입문용보다는 "조금 힘든 초보 코스" 정도로 생각하시면 현실적입니다.
Q : 삼악산 케이블카 타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나요?
A : 아닙니다.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의 상부승강장은 삼악산 등산로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케이블카는 의암호 조망을 즐기는 관광 목적으로, 정상인 용화봉까지 오르려면 반드시 등선폭포 코스나 의암코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Q : 삼악산 입장료 있나요? 주차비는요?
A : 입장료는 1인 2,000원 이지만, 춘천사랑상품권으로 전액 환급해 줍니다. 편의점 등 춘천 내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해 실질적으로 무료입니다. 주차비는 소형 승용차 기준 2,000원입니다.
Q : 삼악산 등산 총 소요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A : 의암코스로 올라 등선폭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기준으로, 여유 있게 사진 찍고 쉬면서 걷는다면 약 5시간 정도 잡으시면 됩니다.
Q : 삼악산은 어느 계절에 가는 게 가장 좋을까요?
A :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산입니다. 봄에는 진달래와 산벚꽃, 여름에는 등선계곡의 시원한 냉기, 가을 10월 하순에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단풍, 겨울에는 등선폭포가 얼어붙어 형성되는 빙폭이 볼거리입니다. 개인적으로 비가 온 직후 여름이나 단풍 절정의 10월 하순이 가장 인상적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삼악산은 "높지 않으니까 쉽겠지"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는 산입니다. 해발 654m라는 숫자보다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암릉의 밀도, 협곡과 폭포의 경관, 그리고 의암호를 굽어보는 조망이 한 코스 안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삼악산은 계절마다 꼭 다시 찾고 싶은 산이 됐습니다. 특히 비가 충분히 내린 뒤 등선폭포의 수량이 넘칠 때, 그리고 10월 하순 단풍이 기암괴석과 맞닿는 풍경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춘천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면, 삼악산은 절대 빠지지 않는 코스로 넣어두셔도 절대 후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