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100대 명산 <오대산> - 대한민국 최고의 불교성지, 자연의 보고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홍천군, 평창군에 걸쳐 넓게 펼쳐진 오대산(五臺山)은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최고봉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명산이자 백두대간의 중심에 있습니다. 1975년 1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태백산맥의 중심축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북한강의 상류인 내린천 유역을, 남쪽으로는 남한강의 수원이 되는 오대천 유역을 형성하며 한반도 중부 척추의 수문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풍부한 생태계와 더불어 오랜 세월 축척된 불교문화유산은 오대산을 단순한 자연공간 이상의 역사적 공간으로 격상시켰습니다.
불교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오대산의 이름은 연꽃 모양으로 둘러선 다섯 개의 봉우리가 모두 모나지 않고 평평한 대지를 이루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다섯 개의 대 중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대한민국의 대표적 불교 성지인 '적멸보궁(寂滅寶宮)'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호위하듯 5대 암자가 각 방위에 위치합니다. 오대산의 초입을 지키는 월정사(月精寺)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을 보유한 상원사(上院寺), 그리고 골짜기마다 산재한 암자들은 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노천 박물관으로 만듭니다.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불교 유적들은 오대산행을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자아를 돌아보는 내면의 수행 길로 승화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등산코스 안내 - 롤러코스터를 타다
오대산의 핵심 탐방 코스는 크게 평창의 월정·계방산 지구와 동쪽의 강릉 소금강산 지구로 나뉘어집니다. 행정구역과 지형에 따라 산세의 흐름과 탐방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지므로, 산행 목적에 맞는 정확한 코스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을 가장 효율적으로 감상하는 정석 코스는 상원사에서 출발하여 시계방향 원점회귀 코스입니다. 상원사에서 시작하여 중대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대리석과 정비된 계단이 잘 깔려 있어 산책하듯 편안하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과 정제된 길이 주는 안정감이 돋보이는 구간입니다. 적멸보궁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데, 정상까지는 가파른 경사가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므로 체력 안배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백두대간의 장엄한 마루금과 강원도 일대의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거친 숨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하산길인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오대산의 자랑인 주목 군락지를 지나가게 됩니다. 수천 년의 세월을 버틴 주목의 기품을 만끽하며 상왕봉까지 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상왕봉에서 북대삼거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조망이 없고 매우 지루한 임도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두로령을 거쳐 종주산행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상왕봉을 감상한 후 다시 비로봉 쪽으로 복귀하여 올라왔던 길로 하산을 하는 것이 무릎에 무리도 덜 가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오대산의 또 다른 100대 명산, 노인봉과 소금강 코스는 오대산국립공원 동측 권역에 있습니다. 노인봉은 높이 1338m로 황병산과 오대산 주능선의 중간에 위치하였고,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인 정상이 멀리서 보면 마치 백발노인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습니다. 노인봉 산행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조망을 얻는' 매우 가성비 높은 산행코스입니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탁 트인 고위평탄면의 이국적인 들판 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완만한 평지를 잠시 걸으면 이내 숨을 턱 막히게 하는 지옥 같은 나무 데크 계단이 나옵니다. 초반에 급격하게 고도를 끌어올리는 구간이기에 무리하지 말고 체력안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인봉 코스는 조금 힘들다 싶으면 평지가 나오고, 다시 조금 경사가 졌다가 평지가 나오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것입니다. 또한 울창한 수림이 하늘을 가려주기 때문에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도 시원한 그늘막 아래를 걷는 듯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흙길 위에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는 구간이 많아, 하산 시 낙엽 밑에 숨은 나무뿌리나 돌을 밟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보폭을 좁혀 주의해야 합니다. 정상 바로 밑의 마지막 오르막 바위를 치고 올라서면 좁은 암릉 위에 세워진 노인봉 정상석을 만나게 됩니다. 오는 내내 숲에 가려져 조망이 많이 없던 터라, 정상석에서 보는 뒤편에 숨겨진 파노라마 뷰는 감동이 두 배가 될 것입니다.
남쪽으로는 황병산의 군부대시설과 발왕산, 가리왕산의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북쪽으로는 설악산 대청봉까지 아스라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정상부가 협소하고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져 오래 앉아 쉬기에는 햇빛이 강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탁 트인 시각적 개방감만큼은 오대산 권역 중 단연 최고라 평하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고려 시대의 왕사이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북대사 미륵암에서 수행하던 옛길을 복원한 곳으로 데크길을 편하게 거닐 수 있는 선재길, 나옹선사 수행길 그리고 소금강 트레킹도 있으니 오대산은 우리 같은 등산객들에겐 종합선물세트 같은 산입니다.
팁 -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
오대산의 사계(四季)는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뚜렷한 색채를 지니고 있습니다. 봄은 5월 중순 입산 통제가 해제되면 전나무 숲길과 오대천을 따라 연둣빛 신록이 피어난다. 비로봉 능선에는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등 고산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천상의 화원을 이룹니다. 여름에는 거대한 침엽수림과 깊은 계곡 덕분에 도심보다 기온이 현저히 낮습니다. 특히 국립공원 100경 중 24 경인 '월정사 전나무 숲길'의 짙은 나무 그늘과 소금강의 찬 바람은 최고의 천연 피서 공간을 제공합니다. 10월 중순이 되는 가을 오대산은 거대한 화폭으로 변합니다. 경사가 완만한 선재길을 걸으며 감상하는 계곡 단풍은 국내 최고로 손꼽히며,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가을 조망은 장엄함 그 자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다설지(多雪地)인 오대산은 겨울 눈꽃 산행의 성지입니다. 비로봉 주목 군락의 상고대와 전나무 숲길에 얹어진 백색의 눈은 푸른 침엽수와 대비를 이루며 비현실적인 겨울 왕국을 연출합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오대산은 최근 환경적 가치마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에필로그 - 마음의 번뇌를 씻어내는 과정
오대산국립공원은 백두대간의 굳건한 산세 속에 불교의 깊은 정신문화와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을 품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파른 계단을 치고 올라 대자연의 광활함을 맛보고 싶다면 비로봉이나 노인봉 정상을, 바쁜 일상 속 지친 심신을 달래고 유유자적한 사색이 필요하다면 선재길과 나옹선사 수행길과 소금강 계곡을 걸어보길 권해드립니다. 푸른 전나무 숲길과 고요한 능선길은, 문명을 잠시 벗어나 자연과 온전히 동화되고 싶은 모든 현대인에게 언제나 따뜻하고 넉넉한 품을 내어줄 것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생각나면 언제든지 오대산으로 향하여도 후회 없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