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사계절 안에서 산을 탄다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숙제입니다. 푸릇푸릇한 생명력이 돋아나다가도 칼바람이 불어오는 봄, 숨이 턱턱 막히는 고온다습한 여름, 일교차가 널뛰기를 하는 가을, 그리고 영하 25도 이하의 극한의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까지 수시로 변화합니다.
저는 많은 등산경험을 통해서 수없이 많은 변화에 마주해 왔습니다. 특히 저는 추위를 많이 타고, 상체에 땀이 많이 나는 '땀쟁이 체질'입니다. 반면에 하체에는 땀이 거의 없는 독특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땀이 많이 나면 저체온증과도 결부가 되기 때문에 등산복이 단순히 패션을 넘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등산객분들은 더우면 얇게, 추우면 두껍게 입는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산 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위험에 대책 없이 노출되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 등산객들을 위한 계절별 등산복장에 대해 안내하고자 합니다. 등산 장비와 복장, 레이어링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쾌적한 옷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춥거나 더울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땀 배출량과 추위를 타는 빈도를 알고 귀찮을지라도 옷을 입고 벗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테크니컬 레이어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 안내할 내용들은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기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봄 - 해빙기의 변덕스러운 기후
봄은 답답했던 겨울을 지나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설레게 하지만, 사실 등산하기에 일년 중 가장 까다롭고 위험한 조건을 가진 시기입니다. 봄철 아침저녁은 여전히 쌀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긴팔 의류를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긴팔 기능성 티셔츠를 입으면 산행 중 금방 오버히트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봄 혹은 가을 산행에서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고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꼽는 베이스 레이어는 바로 '메리노 울(Merino Wool) 소재의 반팔 티셔츠입니다. 가격은 조금 고가이나 일반 폴리에스터 계열의 기능성 속건 티셔츠에 비해 원단 특성상 수분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피부에 닿는 느낌이 늘 뽀송하고 찝찝함이 없습니다. 산을 오르다 바람이 불면 땀이 식어 냉감현상이 생기는데, 이때 체온을 급격하게 빼앗아 갑니다. 메리노 울은 땀에 쩔어 있는 상태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유지해 줍니다. 자체 보온력이 상당하여, 봄과 가을에는 얇은 긴팔 티셔츠 한장보다는 메리노 울 반팔 하나를 입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에서 훨씬 뛰어납니다. 물론 매우 뜨거운 여름에는 제한해야 합니다.
바지는 겨울을 제외하면 등산용 바지로 가성비 좋은 일반 조거 팬츠나 트레이닝팬츠도 괜찮습니다. 통기성이 좋고 움직임이 편하다면 굳이 고가의 등산 바지가 아니어도 큰 불편함이 없을 것입니다. 급격한 기온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기능성을 따진다면 바지 아랫부분을 지퍼로 분리할 수 있는 컨버터블 팬츠도 좋습니다.
쌀쌀함을 느낄 때 입는 미드 레이어의 핵심은 방풍과 투습입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얇은 바람막이가 될 것입니다. 요즘은 많은 바람막이들이 시중에 판매하고 있기에 디자인, 가격, 기능성을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 - 아열대성 기후에서 돋보이는 경량화
대한민국의 여름은 최근 지옥과도 같은 아열대성 기후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 레이어링의 목적은 단 하나, 초고속 흡습속건입니다. 반팔과 긴팔 상관없이 흡습속건의 기능성 원단의 옷이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바지입니다. 기본적으로 등산은 거친 암릉과 풀독, 해충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긴바지가 정석일 수 있으나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면 반바지도 상관없습니다. 대신 바위에 거칠게 앉거나 흙바닥에 주저앉아도 끄떡없는 탄탄한 원단감이 중요합니다. 바지 안의 열기를 뺄 수 있는 벤틸레이션 효과를 줄 수 있는 기능성 바지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주의할 것은 비가 온 다음 날 풀이 무성하게 자란 오지 산행이나 예민한 피부를 가진 분들이라면 긴바지를 입어야 합니다. 이럴 땐 긴바지 중에서 지퍼로 분리가 가능한 컨버터블 팬츠가 유용할 것입니다.
뜨거운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트레일캡이나 쿨링 기능이 있는 팔토시 등도 준비하면 피부를 보호하는데 효과를 볼 것입니다.
팁을 하나 더 드리자면 어느 산에는 여름에도 불구하고 정상부에는 바람이 차가울 수 있습니다. 또한 정상까지 오르느라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에서는 땀이 식어 냉감을 느끼게 되는데 포켓형태로 패킹할 수 있는 얇은 바람막이 챙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름 우기에는 비에 맞서기보다 철저하게 피하고 방어해야 합니다. 우비를 준비하는 것도 좋으나, 완벽한 방수와 방풍 기능이 있는 하드쉘(Hard Shell)을 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투습이 잘 되는 고가 원단이라도 장마철의 습도와 땀을 다 감당하진 못해 내부 결로가 생깁니다. 이때 겨드랑이 지퍼를 활짝 열어 강제 환기를 시켜주어야 내부 미드레이어가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모자도 챙이 빳빳하고 넓은 캡(cap) 형태의 모자가 좋습니다.
가을 - 널뛰는 일교차
가을은 산을 타기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합니다. 기본적인 레이어링은 봄철과 거의 동일하게 하시면 됩니다. 다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해가 빨리 떨어지기 때문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에 대비하여 경량 구스다운 재킷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겨울 - 극지 대비
겨울 산은 눈꽃이 피어나는 최고의 설경을 선사하지만, 체감온도가 영하 25도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극한의 환경입니다. 겨울철 복장은 땀배출이 용이한 베이스레이어에 보온 및 투습에 강한 미드레이어 그리고 방풍과 보온을 위한 프로텍션 레이어를 잘 조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주얼은 민망할 수 있으나 망사그물 형태의 베이스 레이어를 추천하는데 망사 구조가 거대한 공기층을 형성해 보온력에도 좋고 피부에 맺힌 땀을 상위 레이어로 밀어내줍니다. 그래서 산행 중 땀이 나도 피부는 늘 건조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후 조금만 지나면 몸에서 열이 납니다. 이때는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즉시 겉옷을 베이스와 플리스재킷 상태로 땀이 나지 않는 선을 유지할 수 있게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하는 정상이나 봉우리들에서는 즉시 하드쉘을 꺼내 입어 바람을 막아 체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장시간 휴식을 취한다면 다운파카 같은 우모복을 껴입어 열이 식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하의는 기모바지와 레깅스의 조합이면 웬만한 강추위는 버틸 수 있습니다. 단, 겨울 설산을 거닐다 보면 계속 등산화가 눈길에 있었기에 냉기가 등산화 안으로 들어와 발이 시릴 수 있습니다. 얇은 베이스 양말과 메리노 울 등산양말을 겹쳐 신으면 보온성이 한층 올라갑니다. 겨울철에는 고가의 장갑도 얼어붙은 철 난간이나 로프를 잡을 때 접지력이 무용지물입니다. 고가의 장비라고 좋은 것은 아니니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