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산인데 코스가 짧고 쉽다?"는 말, 저도 처음엔 반쯤 믿었습니다. 해발 1,468m인 화악산은 산림청과 블랙야크 선정 100대 명산으로, 경기 5악 중에서도 으뜸이라 불리는 산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조무락골에서 출발해 중봉까지 올랐더니, 그 말이 얼마나 조건부 정보였는지 발바닥으로 체감하게 됐습니다. 왜 이 산이 악(岳) 자가 들어가는 '끝판왕' 난이도인지 뼛속 깊이 실감하고 왔습니다.
한국의 100대 명산 <화악산>
화악산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 걸쳐 있는 광주산맥의 최고봉입니다. 최고봉인 신선봉의 높이는 무려 1,468m에 달합니다, 예로부터 운악산, 감악산, 관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렸는데, '화악(華岳)'이라는 이름 자체에 경기 5악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는 장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인 신선봉에는 군사시설과 방송사의 거대한 송신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선봉에는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등산객들에게는 두 번째 고봉인 해발 1,446m의 중봉이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봉 정상석 바로 옆에는 지금도 초병이 근무하고 있으며, 군사 시설물이 나오게 사진을 찍거나 이를 온라인에 게시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으니 촬영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등산코스 안내 - 이래서 화악산이구나
저는 이번에 조무락골에서 출발했습니다. 조무락골이란 '새들이 춤을 추며 즐기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경기도 내에서 손꼽히는 청정 계곡입니다. 시작점 해발이 약 300m대라 중봉 정상(1,446m)까지 순수 고도차만 1,100m를 넘습니다. 이 수치는 경기도 대표 악산으로 소문난 명지산이나 용문산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평 적목리 삼팔교에 주차하고 10시20분에 출발했는데, 주차 공간이 10대 남짓이라 평일에도 일찍 오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조무락골 계곡 옆 데크 길을 따라 초반에는 비교적 완만하게 진입하지만, 갈림길에서 중봉 방면으로 꺾이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등산로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길이 희미한 구간이 나오고, 날파리 떼와 거미줄에 시달리면서도 GPS지도어플을 켜놓지 않으면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 구간은 지도 없이 감으로 가면 반드시 헤맵니다.
출발 후 약 2시간 반 만에 석룡산, 중봉 갈림길에 닿았고, 거기서부터 중봉까지가 또 만만치 않은 오르막이었습니다. 한북정맥에서 뻗어 나온 화악지맥이 이 산을 만들었다는 것을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화악산 정상에 닿았을 때는 출발로부터 꼭 5시간이 지나 있었고,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아, 이래서 화악산이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중봉에 서면 정상 신선봉과 응봉이 한눈에 보이고, 남쪽으로는 애기봉과 수덕산까지 이어지는 약 10km 능선이 펼쳐집니다. 이 능선 양쪽에서 가평천과 화악천이 발원한다는 사실이, 이 산이 얼마나 거대한 수원지 역할을 하는지 실감케 합니다. 날씨가 흐린 날은 조망이 제한되는데, 제가 올랐던 날도 비구름이 몰려들어 중서부 전체를 조망하는 경험은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습니다.
동쪽 응봉 일대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는 점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항공기로 살포했다고 전해지며, 이후 수차례 제거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토사나 나무뿌리 밑에 묻혀 있는 것들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은 화악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할 때 중서부 지역 조망과 10km 능선 경관을 주요 근거로 꼽았다고 합니다.
- 삼팔교(출발) - 조무락골 계곡길 - 폭포 갈림길 - 칼바위,급경사 구간 - 화악산 중봉(1,446m) - 응봉 삼거리 - 응봉 우회 - 조무락골 하산 - 삼팔교(원점회귀)
산행 팁
화악산은 일반적으로 "경기도 최고봉 치고는 의외로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화악터널 코스 때문입니다. 화악터널은 해발 900m에 위치한 고개 위에 있어서, 가평 별빛정원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터널 쪽에서 출발하면 중봉까지 고도차가 500m 남짓에 불과합니다. 이 코스만 놓고 보면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에 오를 수 있는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Q : 화악산 정상에 올라갈 수 있나요?
A : 최고봉인 신선봉(1,468m)은 군부대와 방송 송신소가 있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반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는 중봉(1,446m)입니다.
Q : 화악산 코스 중 초보자에게 맞는 코스는 어디인가요?
A : 가평 별빛정원주차장에서 시작하는 화악터널 코스가 상대적으로 짧고 난이도가 낮습니다. 해발 900m 수준의 터널 입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고도차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 조무락골 코스는 고도차가 1,100m를 넘고 등산로가 불명확한 구간이 있어, 경험 있는 산객에게 권장합니다.
Q : 화악산 중봉에서 사진 찍어도 되나요?
A : 중봉 정상석 근처에 초병이 상주하며, 군사시설이 보이는 방향으로 촬영하거나 그 사진을 공개된 곳에 올리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조망 사진이나 일반 풍경 촬영은 가능하지만, 군부대 및 송신소 시설물이 배경에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필로그
화악산은 "경기도 최고봉"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오해를 사기 쉬운 산입니다. 일반적으로 화악터널 코스를 이용하면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코스는 예전에 임도를 차로 이동하던 방식이 군부대 요청으로 막힌 이후 편의성이 많이 줄었습니다. 단순 정상 인증이 목적이라면 터널 코스가 여전히 현실적이지만, 뷰도 재미도 아쉬운 편입니다.
조무락골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경기도에서 손에 꼽는 고강도 산행으로, 제가 직접 걸어보니 총 15km에 7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힘든 만큼 중봉에서 마주하는 능선 경관과 하산길 계곡의 시원함은 분명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태초의 원시림, 뼛속까지 시원했던 조무락골의 청정 계곡수는 왜 이 산이 경기 제1의 고봉인지를 증명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