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중에서 '환선굴이 있는 산'으로만 기억되는 곳이 있습니다. 그게 덕항산입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예수원 코스로 직접 올라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산은 동굴 하나로 설명하기엔 지형 자체가 너무 독특하고, 코스마다 난이도 격차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무턱대고 골말에서 올랐다가 926개 철계단에 무릎을 내준 분들의 후기도 충분히 이해됩니다.덕항산의 정체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산덕항산을 단순히 '동굴 옆 산'으로 보면 오해가 생깁니다. 이 산의 본질은 카르스트(Karst) 지형에 있습니다. 카르스트란 석회암이 빗물과 지하수에 용식(溶蝕)되어 만들어진 지형으로, 땅속으로 동굴이 뚫리고 지표에는 기암괴석과 돌리네(움푹 파인 웅덩이형 지형)가 형성됩니다. 덕항산 일대가 바..
솔직히 처음엔 '878m짜리 산이 얼마나 대단하겠어'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둔산은 그 가벼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새벽에 3시간을 달려 전라도까지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풍경은 풍경대로, 스릴은 스릴대로 모든 걸 갖춘 산이었습니다. 오금이 저릴정도의 구름다리와 극강의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삼선계단에 대한 걱정을 뒤로하고 막상 올라가보니 걱정이 민망할 만큼 산세 자체가 압도적이었습니다.최단코스케이블카, 타야 할까 말아야 할까일반적으로 케이블카가 있는 산은 '편하게 즐기는 관광지' 이미지가 강한데, 대둔산은 케이블카를 타더라도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1코스 전체를 걸어 올라가봤는데, 초입부터 돌계단이 깔려 있고 중턱부터는 경사가 급격히 살아납니다. 케이블카는 이 구간의 60% 이상을 ..
솔직히 저는 광덕산을 처음 갔을 때 "천안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699m짜리 동네 뒷산 아닐까" 하고 우습게 봤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팔각정 오르기도 전에 깨달았습니다. 차령산맥 주능선에 자리한 광덕산은 흙산 특유의 부드러움 안에 생각보다 단단한 경사를 숨기고 있는 산입니다. 블랙야크 BAC 100대 명산 인증에서 2025년 기준 TOP10에 오를 만큼 찾는 이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광덕산 등산코스짧다고 만만하게 보면 후회합니다.광덕사 코스는 왕복 약 4.6km, 숫자만 보면 가볍습니다. 그런데 광덕사 주차장을 출발해 갈림길에 접어드는 순간, 518개짜리 나무 계단이 바로 앞을 막아섭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개념이 있는데, 이 산처럼 암릉(岩稜) — 바위 능선 —..
솔직히 저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을 시작하면서도 '괴산 칠보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산이었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서 "이 산을 왜 이제야 알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제 첫 번째 100대 명산 인증지가 된 칠보산, 그 산행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고향 땅에서 만난 낯선 산괴산 칠보산을 찾아가기까지충북 괴산은 저의 고향입니다. 그런데 정작 괴산에 있는 칠보산을 제대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태어난 고장의 명산을 뒤늦게 찾아간다는 게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게 오히려 이 산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칠보산은 해발 778m로, 속리산 국립공원 권역 안에 포함된 산입니다. 여기서 국립공원 권역이란, 국립공원 경계 안에 속해 보호·관리되는 구역을 ..
100대 명산을 채워가다 보면 가끔 "이 산은 어느 코스로 가야 하지?"라는 고민 앞에서 한참을 멈추게 됩니다. 전남 영광의 불갑산이 딱 그랬습니다. 꽃무릇 최대 군락지에 백제 최초 사찰까지 품은 산인데, 막상 어디서 어떻게 올라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정보가 중구난방이었습니다. 직접 발로 걸어보고 나서야 이 산의 성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한국의 100대 명산 - 백제 불교의 시작점, 불갑산이 품은 이야기불갑산(佛甲山)이라는 이름에는 꽤 강한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부처 불(佛)'에 '첫째 갑(甲)'자를 쓰는데, 직역하면 "부처가 처음 깃든 산"입니다. 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 침류왕 원년에 이곳에 불갑사를 창건하면서 한반도 서남부에 불교가 처음 전래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된 지..
해발 335m짜리 산에서 800m급 조망이 나온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직접 올라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고창 선운산, 낮다는 이유로 한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산인데, 막상 천마봉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숫자가 다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낀 하루였습니다.한국의 100대 명산 "300m대 산은 그냥 동네 뒷산 아닌가" 라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선운산이 100대 명산으로 선정된 근거를 보면 단순히 높이나 난이도가 아니라, 지형의 희소성과 생태적 가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선운산은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서해안 방향으로 뻗다가 바다를 코앞에 두고 마지막으로 기세를 모아 만들어진..